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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이 빚어낸 4시간의 토크쇼

🙋🏻‍♀️Hi there/일간 다원 💬

by Do_Whatever 2021. 2. 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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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모든 모임의 횟수가 확 줄었다. 계획했던 여행은 물론이고 같이 만나서 밥먹는 것조차 어려워진 요즘.
대학시절 모임에서 연을 맺은 친구들은 못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났었는데 누구는 서울에, 누구는 부산에... 작년 한 해는 얼굴도 못보고 그냥 보냈다. 사는 곳이 흩어져 있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여행처럼 만나서 밤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보냈었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에 카카오톡에서 수다를 불태우다가..! 카톡에서 단발성으로 흘러가는 대화 말고, 연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토크쇼를 제안했다.

 

이렇게 갑자기 시작되었다.

 

미리 '이런거 하자고 얘기해야지'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제안한 토크쇼에 나도 놀랐다. ᅳ이야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디어가 막 나올 때가 있다. 난 스스로 홀로 가만히 생각할 때,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타입인가 싶기도하다. 허허 ᅳ 아무튼, 뱉은 말은 지키고 싶고, 하자고 한 건 꼭 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바로 일을 만들어갔다. 

"사전 질문지를 보낼건데 이틀 전에 보낼거니까 미리 생각해보고 토크쇼에서 만나자.", "서로에게 궁금한 거 나한테만 보내주면 내가 취합해서 전체 질문지에 넣겠다." 말을 뱉고 모두의 '좋아요'를 보자마자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후다닥 아래 작업을 시작했다. 

 

ㅁ 토크쇼 일정 잡기 (카톡방에 투표로 후다닥)
ㅁ 질문지 작성하기 (궁금했던 질문,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는 질문, 내게 물어봐주었으면 하는 질문들을 좌르르 썼다.)
ㅁ 모두의 이메일 주소 확보

 

그렇게 내가 써내려간 질문지와 다른 친구들이 보내준 질문을 취합하여! 전체 질문지를 완성했다. 이런 건 참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너무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게 된다. 질문을 다 모아보니 19개였는데 6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한 질문이었다 ..^^ 다 궁금하고 듣고싶은 걸 어떡해.

우린 학교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전공도 나이도 다르다. 우리 모두를 칭할 때도, 카카오톡방 이름도 처음 만났던 모임/동아리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그 모임에서 만난 것은 맞지만 대학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동아리 활동을 안 하니까, 항상 우리 모임 이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 참에 우리 모임 이름도 새로 정해버리자 싶었다. 

그렇게 숙제들을 모두에게 보냈다. 허허. 19개의 숙제.
답변이 너무 많아서 혹은 말하기 싫은 나만의 비밀로만 남기고 싶은 것도 있을까 싶어 두 번까지 사용할 수 있는 pass 룰도 추가했다. 물론 이 것도 처음부터 생각하진 않았지만 질문 쓰고 메일 내용 쓰다가 추가했다. 참 이런건 번뜩번뜩 술술 나온다.

 

 

 

 

메일을 보내고 나니,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 🔥

다들 메일을 받고 많은 질문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설레하는게 느껴졌다.
(사람은 모두 스스로에게 관심이 제일 많고, 스스로를 알아주었으면 하니까. 스스로에 대한 관심에 잠시 행복했던 건 아닐까?) 아무튼 뿌듯

 

 

 

 

그렇게 모두 숙제를 수령했고, 며칠이 지나 드디어 구글 Meet 토크쇼의 날이 왔다.
'화면이 안보여~', '마이크가 안 나와~', '내 얼굴만 나와~', '나 화장실 좀', '들려? 들려?' 와 같은 우당탕탕을 30분쯤 겪고 나서야 토크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섯명이 화상미팅으로 같은 질문에 돌아가면서 답하는 것이다보니 정리도 안되고.. 처음엔 '나 다 답했어, 그럼 이제 누가 대답해?', '나는 나중에 얘기할래~' 라며 잠깐 어색했던 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화상미팅에 익숙해지고나서는 여행가서 밤 늦게까지 얘기했던 날들처럼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듣고,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쪽으로 이어졌다. 


정신차려보니 4시간이 지나있었다.
카톡 속에서 타이밍 없이 흩어지던 1년 간의 대화들이.. 약속하고 다같이 보낸 4시간으로 꽈악- 응축되어 다가온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됐고, 또 서로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들도 알 수 있었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고 내 경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서로가 참 닮았다는 생각도 또 들도.. 친구는 친구구나.. 싶기도 하고, 재밌다는 유튜브 채널도 새로 알게 되었고, 6명을 표현하는 모임이름도 새로 정했고~ 참 따뜻한 생각을 여러번 하게 한,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 얻은 것에 비해서는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허허..

 

 

구글 밋 하면서 메모한 내용. 대부분 모자이크 :)

 



서로가 나누었던 '이 6 멤버로 꼭 하고싶은 것 3가지' 해나가기에도 벌써 바쁘다.
이런 저런 자리를 또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 지금..
일단 지금까지 생각한 거, 계획한 거, 하고싶은 거 재밌게 할 수 있게 코로나에 맞서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보자.



다 쓰고나니 참 나란 사람 열심히 재미지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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