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봐야지' 생각하고 메모해두었던 책이 있다. 오래 전에 메모해두었던 책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 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왔다. 언제 메모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꽤 오래전에 메모해두었던 책이다. 읽고 난 뒤에 이 글을 쓰면서 보니, 새삼 그 때의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싶어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었던 나날 중에 이 책을 읽고 싶어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임종(臨終) 이란 '임할 임'에 '마칠 종' 으로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말 그대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를 다루고 있는데 추상적인 것보다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삶의 마지막으로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알려주기도 하고, 본인이거나 가족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어느 정도로 구체적이냐면, 유서에 포함해야 하는 항목에서 가족들이 찾을 수 있도록 숨은(?) 계좌 정보도 꼭 기록해두라고 하는 정도다. 허허. 육체를 벗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보니, 어둡거나 슬프거나 절망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읽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직 난 누군가의 삶의 끝을 맞이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말하고 나니 익숙해진다는 것도 이상하다. 아무튼) 기억이 안 나는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참석했던 장례식이 한 손에 다 세어지는 정도다. 내가 참석했던 장례식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었다. 상주와 인사하고, 조의금을 전달하고, 절을 하고, 식사를 하는 그런.. 어릴 때 미디어에서 보아왔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참석했던 게 진짜 장례식이 아니란다. 엥?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는 문상절차가 주를 이루고 의례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거다. 한 날 한 시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의식을 치루는 결혼식처럼, 장례도 단순 문상이 아니라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고인이 좋아했던 음악을 함께 듣는다든지, 고인이 가족과 동료 또는 지인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세지를 함께 본다든지.. 흔히 결혼식에서 행해지는 식순처럼.
저자가 '임종학 강의'를 통해 내준 숙제는 직접 장례를 치를 방법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축가는 누가 부르고, 어떤 사진을 전시하고, 어떤 영상을 재생할지 고민하고 하나씩 준비해보라는 거다. 육체를 벗은 내가 사람들을 부를 수는 없으니 가족이 초대해줄 수 있도록 내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관계를 기록해두고, 조가(弔歌)는 어떤 곡으로 할지를 말이다.
마땅히 그러하다 생각을 했으면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난 내 장례식을 차근차근 준비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나에 많이 생각해보며 내가 남길 물건,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살면서 더 늘어나거나 수정되거나 하겠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것들로 내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소망해주고, 또 내가 남긴 흔적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당장 내일 모레 내가 육체적으로 마지막을 맞이한다고 했을 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지도 생각해보았다. 무엇을 할지 생각해본 것을 손으로 적어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주변 소음도 고요해지는 것만 같다. 내일 아침엔, 손으로 적어본 것을 블로그로 옮기면서 또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다.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죽음학 권위자 최준식 교수가 완성한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웰다잉 안내서당신은 마지막 내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죽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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