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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너를 위해 준비한 뽀송뽀송 공간이야 🎁

🙋🏻‍♀️Hi there/일간 다원 💬

by Do_Whatever 2020. 2. 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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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누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는다면 지금을 이야기 해야지'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씻고 나올 때 물밀대로 화장실 벽과 문을 싹싹 문지르는 일이다. 부모님 품을 벗어나 나와 살면서 시작하게 된 것인데 씻는 공간이 크지 않다보니 뜨거운 물로 씻을 때면 화장실에 습기가 가득찬다.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들어와서 춥고, 문을 열면 방 안으로 물이 다 튀니까 다 닫고 씻다보니 그 작은 화장실 모든 벽에 작은 물방울들이 가득차게 된다. 

사람이 만든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이보다 더 한 정성이 있을까 싶은 우리 방울들

 

 너무 촘촘해서 가끔 징그럽기도 하지만 이걸 누가 직접 한 방울~ 한 방울 만든거라고 하면 정말 이 만한 정성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다 씻고나면 저렇게 촘촘한 물방울들이 가득할 때, 야심차게 물밀대를 들고 다가간다. 그리고 제일 큰 벽부터 페인트칠 하듯이 슥슥 아래로 닦아낸다. 그럼 물방울들이 모여서 더 큰 물방울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촥! 촥! 소리를 내면서. 씻는 공간도 조그마해서 한 쪽 벽을 닦아내는 것도 한 15초면 끝난다. 문을 열고 문 쪽 벽 닦아내고 문까지 슥슥 천장에 붙은 윗쪽 벽부터 아래 바닥쪽 까지 닦는다. 그러고 나면 바닥에 물이 흥건해진다. 벽과 붙어있는 화장실 바닥 둘레에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생긴다. 웅덩이가 클수록 뿌듯하다. 웅덩이가 만들어진 바닥을 다시 가장자리부터 슥슥 닦아서 화장실 하수구까지 물 웅덩이를 날린다. 벽을 닦아날 때는 슥슥 이었다면 바닥의 웅덩이들을 하수구까지 보낼 때는 챡! 챡! 야구에서 홈런 치듯이 물을 던진다. 그렇다, 여기서는 물을 닦아낸다기보다 물을 '던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하하. 

어느새 물밀대로 벽과 바닥을 닦는 것은 습기 가득하게 씻고 난 후의 나만의 루틴으로 자리잡았다. 씻고나서 화장실에 남아있는 물기를 없애고 나면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화장실 대청소를 한 것처럼 화장실이 깨끗해보인다. 그렇게 뿌듯하고 뽀송뽀송한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정말 행복하다. 

내 귀염둥이 물밀대는 이렇게 생겼다.


 여러번 이런 기분을 느끼다보니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나는 왜 물밀대로 슥슥하고나서 행복함을 느낄까. 물밀대를 산 이유부터 떠올려봤다.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 좁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올 때 슬리퍼로 물을 첨벙첨벙 거리면서 나오는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었다. 또 씻고 나서도 분명 다시 화장실에 들어와야하는데 그 때 바닥에 물이 흥건하면 더러운게 아닌데도 구정물에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나와 살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큰 살림 장만하듯이 야심차게 마트로 가서 물밀대를 사왔었다.

 물밀대를 산 이유를 떠올리니 내가 왜 행복했는지 알게 됐다. 물밀대 루틴이 날 행복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다시 화장실에 왔을 때, 뽀송뽀송한 화장실을 선물받기 때문이었다. 씻고 나서 물밀대로 벽을 닦아내고 바닥에서 물방울을 던지듯이 쳐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축축했던 화장실이 몇 번의 스윽- 스윽- 촥! 촥!으로 뽀송해지고 깔끔해지는 것이 정말 기분 좋고 무엇보다 씻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화장실에 왔을 때의 그 뽀송뽀송함은 정말 짜릿하다. 다시 이 공간을 맞이할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선물을 받는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크으. 오늘도 나에게 선물을 주러 간다, 아니 선물 받으러 간다! '어서와~ 너를 위해 준비한 뽀송뽀송 공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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