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돈 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일하다가 좋은 일이 있고, 가끔은 좀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다. 좋을 때는 좋은대로 "(잘 마무리돼서/성과가 잘 나와서 좋은데) 그래서 내가 이걸로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생각하게 된다. 힘들 때는 힘든대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너무 힘든데) 그래서 내가 이걸로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생각하게 된다. 하하. 이 뿐이랴. 딱히 좋지도 않고, 딱히 힘들지도 않은 평온한 상태에서도 이어진다. 아무 생각없다가도 문득 생각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시작해서 혼자 마무리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광고, 빅데이터, 마케팅을 다루는 IT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운영자로 근무하는데 절대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낼 수 없는 직무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같은 생각을 할거다. 그렇지만 정말 '생각'하는 단계까지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래왔다. 으레 내뱉는 작은 한숨처럼 소극적인 질문에서 끝났을 것이다. 난 이제 결론지었다. 더이상 "이걸로 뭐 해먹고 살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세가지다.
첫번째,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일하다가 문득 "이걸로 뭐 해먹고 살지?"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삶이란 뭘까'와 같이 남녀노소, 직업, 환경 다 떼고도 평생하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고 다른 환경에 있었어도 똑같이 고민했었을 것이다. 특히 IT 회사에서 비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나의 경우엔 '내가 가진 아주 얕은 개발지식으로는 개발자나 협업하는 기획자, 디자이너가 없으면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라는 생각에 연차만 잡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허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니 다른 사람들도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고수준의 개발자라고 해도 혼자서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낼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럼 그 개발자도 생각할거다. '내가 개발 실력 이 정도인데 난 혼자서 뭘 해먹고 살 수 있지?'
두번째, 좋은 질문이 아니다. 그 질문을, 그 고민을 대부분 진짜로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로 '생각'한 사람이라면 아마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계획과 실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는 멋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의 보통의 직장인들은 질문의 모습을 하고있는 푸념으로 끝내거나 커리어에 대한 계획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세번째, 다른 질문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고 좋은 질문이 아니니 다른 질문을 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로 질문을 바꿨다.
여기서 '세상'은 당장 사회정책이나 규율, 국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 동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바꾸려고 하는 걸 생각하다보면 그게 일이 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그 것이 '일이 되는' 과정에서 내가 "이걸로 뭐 해먹고 살지?" 혹은 "나 이거 해서 뭐하지?" 라며 고민했던 것 중 '이거'가 내가 닿는 모든 곳에서 영향력을 드러낼 것이다.
예컨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A라는 상품을 출시해서 판매하고 싶어졌다. 그럼 그 상품을 판매해야 할 텐데, −지금처럼 모바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분명 모바일 앱을 만들거나 혹은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플랫폼과 연계해야 할 거다. 내가 당장 개발자도 아니고 웹디자이너도 아니지만, 지금 이 직무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웠던 모든 IT 지식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내가 겪은 모든 비즈니스 경험들이 '돌격!'을 외치며 나를 지탱하고 끌어올릴 것이다. 세상에. 여기까지 생각하니 모든 순간이 배울 거리로 넘쳐났다.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 비즈니스까지 실현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스스로의 고민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멋진 사람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덕분에 편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신문을 보다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이야기해줄 만한 적절한 사람을 발견했다. 요가강사로 일을 하다가 요가복을 바꾸고 싶어서 직접 옷을 만들었다는 내 또래의 대표가 있었다.
요가복은 편안하지만 다소 민망함을 감수하고 입어야 하는 옷이었다. 레깅스는 크고 특이한 동작이 많은 요가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몸에 딱 붙는 특성 때문에 입은 후 ‘Y존’ 등 신체 부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 일상에서 입으려 해도 긴 티셔츠로 하체를 가려야 했다.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Andar)는 자체 상품으로 이러한 레깅스의 문제를 해결해 요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중소기업이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창업자 신애련(28) 대표도 화제에 오르내렸다.
( 출처 : 불편하고 민망해 가려 입던 옷, 직접 바꿨더니 400억 대박 ‘예쁜 요가복 찾다가 창업’ 요가강사 출신 안다르 신애련 대표https://ccbblab.com/jobsn/item/435 )
이 분도 역시나 '세상'을 바꾼 사람 중 하나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꾼 멋진 사람. 요가복에 으레 있던 Y존 제봉선을 없앴는데 '나'도 바뀌고, 다른 사람들도 바뀌었다. 내가 불편했던 Y존을 없앴더니 다른 사람도 편한 요가복을 입고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하. 나의 세상을 바꾸면 남의 세상도 바뀌는 구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들의 세상을 바꿔가는 데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이걸로 뭐 해먹고 살지?"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질문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거다, 꼭. 지금 내가하는 별 거 아닌 '이 것'들이 모여서 내 질문에 대한 기회를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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